책서평

하악하악

vicjung 2009. 12. 21. 01:52

하악하악: 이외수의 생존법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이외수 (해냄출판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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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재미있게 읽어서  

 

맘에 드는 글들

55

그대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망각의 늪 속으로 사라져버릴 사람이 있고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기억의 강기슭에 남아 있을 사람이 있다.  혹시 그대는 지금 망각의 늪 속으로 사라질 사람을 환대하고 기억의 강기슭에 남아 있을 사람을 천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때로는 하찮은 욕망이 그대를 눈멀게 하여 하찮은 사람과 소중한 사람을 제대로 구분치 못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나니, 훗날 깨달아 통탄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61

꽃이 피었을 때는 꽃을 즐길 줄 알고 열매가 열렸을 때는 열매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어떤 인간들은 꽃이 피었을 때는 열매가 열리지 않았다고 知랄을 하고 열매가 열렸을 때는 꽃이 피지 않았다고 知랄을 한다. 그래서 知랄을 할 때마다 써먹으라고 '철 모르는 놈'이라는 말이 생겼다.

 

62

포기하지 말라. 절망의 이빨에 심장을 물어뜯겨본 자만이 희망을 사냥할 자격이 있다.

 

97

문 열면 천 리 밖이 내다보이는 나이. 사람들이 길을 물을 때마다 나는 분명 동쪽을 가리켰는데, 사람들은 동쪽에 보이는 가파른 산 하나를 넘기 싫어 낭떠러지가 있는 서쪽으로만 가고 있구나.

 

106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모르면서 아는 척 설치는 것은 죄다.

 

121

장인정신이 투철한 도공은 흔히 마음에 들지 않는 도자기를 모조리 깨뜨려버리지만 예술적 안목이 없을 때는 명품만 골라서 깨뜨린다.

 

125

어느 날 현미경으로 연못 침전수에 섞여 있는 미생물들을 관찰하고 있는데 아내가 약간 놀리는 어투로 내게 물었다.  당신 그놈들 이름이나 제대로 알고 정신없이 들여다보고 있는 거유. 내가 대답했다.  그래서 지금 내가 이놈들 이름 붙여주고 있는 중이야..  나는 소설가의 시각으로 그놈들을 관찰하면 되지 반드시 생물학자의 시각으로 그놈들을 관찰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207

많이 아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많이 느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라.  많이 느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많이 깨닫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라.  태산같이 높은 지식도 티끌같은 깨달음 한번에 무너져버리나니, 오늘도 몽요담 돌거부근 번개 한 번에 삼천리를 두루 살피고 돌아온다.

 

246

하필이면 비 오는 날 태어난 하루살이에게, 굳이 태양이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려는 넘들이 있다.   이럴 때는 지식이 곧 죄악이 될 수도 있다.

 

256

그대 주변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대가 '안심하세요. 제가 있으니까요"라고 말해 주면 그대를 믿고 안심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나요.  가족조차도 그대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대의 인생은 아직 미완성입니다.

 

257

인간은 '알았다'에 의해 어리석어지고 '느꼈다'에 의해서 성숙해지고 '깨우쳤다'에 의해서 자비로워진다.  그런데도 제도적 교육은 후덜덜, 죽어라 하고 '알았다'를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한다.  즐!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